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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 박현주 회장

“우직하게 국내 주식만 바라보는 투자로는 재미 보기 어려울 것입니다.” 다소 충격적인 말이었다. 해외 투자에 본격 나서고 있긴 하지만 그는 여전히 국내 자본시장에 기반을 둔 금융회사 오너이기 때문이다. `미다스의 손`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은 거침이 없었다. 자산 규모 62조원의 국내 최대 자산운용사를 산하에 둔 미래에셋금융그룹의 사령탑인 박 회장을 최근 서울 수하동 센터원 빌딩에서 만났다. 2시간 가까이 이어진 인터뷰 내내 박 회장은 망설임 없이 자신의 생각을 쏟아냈다. `인사이트 펀드`의 쓰라린 좌절에도 불구하고 국내 대표 100개 기업 최고재무책임자(CFO)ㆍ투자 담당 임원들은 그를 주저없이 `한국의 워런 버핏`으로 꼽았다. 여전히 그가 한국 자본시장의 상징적 존재라는 증거다. 다음은 박 회장과의 일문일답.

-몇 년 전보다 살이 빠진 것 같다. 더 날렵해진 느낌인데.
▶몸에서 지방을 줄이고 근육량을 늘렸다. 하루 1시간 이상 꾸준히 운동하며 살을 뺐다. 술만 많이 안 마셨다면 아마 복근도 나왔을 것이다.(웃음) 운동을 시작한 지 첫 6개월은 정말 피곤했지만 1년 이상 꾸준하게 하니 몸이 가뿐해지는 게 느껴진다.

-시장을 어떻게 보고 있나.
▶한국 시장은 지금 삼성전자 등 몇 개 잘나가는 기업을 빼면 코스피는 1700 정도라고 봐야 한다. 요즘 글로벌 트렌드 가운데 하나가 양극화인 것 같다. 국가도, 개인도, 기업도 마찬가지다. 잘나가는 기업은 상상을 못할 정도로 현금이 쌓여 있지만 그렇지 못한 기업은 너무나 어렵다.

-미래에셋 펀드 수익률이 최근 몇 년간 부진했다.
▶펀드 자체 수익률만 바라보면 충분히 더 좋아질 수 있었다. 하지만 미래에셋이 곧 시장이니 우리가 본격적으로 움직이면 시장을 교란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 우리가 리스크를 감당하면 곧 시장이 리스크를 떠안게 되는 것이니…. 밖에서는 미래에셋 수익률이 엉터리라고 말하지만 우리는 리스크를 안정적으로 가져 가는 것을 더 중요하게 봤다. 자산운용업은 10년에 한두 번씩 야단맞을 수밖에 없다. 시장 변동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점쟁이가 아니다. 시장에 한 번씩 큰일이 벌어지면 `안 망하면 다행`일 정도다. 하지만 올해는 작년보다 훨씬 성적이 좋을 것이다. 기대해도 좋다.

-그래도 인사이트 펀드는 너무 부진했는데.
▶가장 억울한 것이 인사이트 펀드다. 우리를 비난할 때마다 회자되는 게 인사이트 펀드다. 우리는 분산 투자를 지향하고 실제로 그렇게 운용했지만 결과적으론 중국에 `몰빵`한 것처럼 보였다. 고객들 중에 손해 본 사람이 있으니 우리가 잘못한 부분이다.

-미래에셋의 글로벌화 진행 현황은 어떤가.
▶미래에셋은 현재 글로벌 운용사로 진화하고 있다. 작년에 캐나다 ETF 운용사인 `호라이즌 ETs`와 대만 운용사 인수에 이어 올해 인도네시아에 진출했고, 지난달에는 중국 본토에서 운용사 설립 인가를 받았다. 현재 미래에셋은 12개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추었고, 해외에서 설정한 펀드 규모도 6조원을 넘었다.

-대체투자(AI)에 큰 관심을 갖는 까닭은.
▶미래에셋이 국내 주식을 바탕으로 성장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주식만 갖고서는 안 될 것 같다. 언론에서는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만 집중적으로 보도하는 경향이 있는데 점점 이것만 가지고는 부족한 시대라고 생각한다. 고령화 시대에서는 안정적으로 자산을 지키는 운용이 중요하다. 기대수익률은 연 7~10% 정도로 낮추되 꾸준히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국내 주식만 갖고 노후를 대비하겠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해외 부동산 전망은.
▶우리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 때를 포함해 단 한 번도 부동산에서 손실을 낸 적이 없다. 부동산이 일종의 헤지펀드 역할을 한 것이다. 국민연금(NPS)이나 한국투자공사(KIC)는 이미 세계 시장을 향해 투자하고 있다. 그런데 개인들만 한국 주식을 사라고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우직하게 국내 주식만 바라보는 투자로는 재미 보기 어려울 것이다. 전 세계 시장을 다 볼 수 있는 혜안이 필요한 시대가 온 것이다.
실제로 기관들이 대체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다. 주식 채권만으로 수익을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은 부동산 투자 시기를 놓친 감이 있다. 국내 금융기관 중에서 중국 오피스 한 곳을 산 곳이 없다. 우리가 한창 해외 부동산투자를 했을 때 투자했어야 한다. 그때 농담으로 “내게 100조원만 주면 국가에 돈벌어 주겠다”고 말하고 다니곤 했는데….(웃음)

-해외 부동산 시장을 좋게 보는 이유는.
▶인플레이션을 방어하는 데 가장 좋은 것이 부동산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처음 부동산 투자를 했을 때 회의적이었던 기관들이 요즘 앞다퉈 부동산 투자를 고려하고 있지 않은가. 이머징의 많은 도시에서 도시화가 진행되고 인구가 도심으로 향한다면 중심부에 있는 건물의 가치는 오를 수밖에 없다. 특히 이머징 마켓의 부동산을 유망하게 보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 시장 부동산은 매력이 별로 없다.

-해외 주식 중 주목하는 분야는.
▶미국 내에서 장사 잘하는 기업에는 관심 없다. 글로벌 브랜드 가운데 이머징 시장에서 선전하는 기업들을 찾고 있다. 예를 들어 프라다 같은 기업은 아시아에서 돈을 벌고 있다. 애플, 스타벅스 같은 기업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우리가 내놓은 것이 `미래에셋글로벌그레이트컨슈머펀드`다. 성과(연초 이후 19% 수익률)도 좋은 편이다. 애플은 4년 전 이머징마켓 점유율이 5% 남짓했다. 타이틀리스트 판매 수익 가운데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3% 정도밖에 안 된다. 그만큼 어마어마한 확장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꾸준하게 성장하는 산업을 발굴해 투자하고 있다.

-은행을 인수할 계획은 없나.
▶할 수 있지만 은행업은 안 한다. 은행은 우리와 DNA가 다르기 때문이다. 은행은 국가 성장과 너무 연관성이 크다. 특히 은행은 경기를 뒤따라야 사고가 없는 산업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바로 은행이 경기에 선행해 움직였다가 시장을 교란한 대표적인 사례다. 저축은행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공격적으로 대출했는데 부동산 자산가치가 떨어진 것 아닌가. 미래에셋은 현재 경제 성장과 향후 전망이 좋은 산업을 찾는 데 특화됐다. 반대로 과거를 보는 데는 익숙하지 않다.

■ He is…
평범한 증권맨에서 변신해 자수성가형 거부가 된 살아 있는 전설이자 샐러리맨의 로망.

1958년 광주광역시에서 태어나 광주일고와 고려대 경영학과 를 졸업한 뒤 1986년 동원증권에 입사해 1997년 퇴사할 때까지 11년 동안 동원증권 중앙지점장과 강남본부장 등을 거쳤다. 1997년 미래에셋캐피탈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설립한 그는 1998년 12월에는 국내 최초로 뮤추얼펀드를 도입해 주식시장에 간접투자 돌풍을 일으켰다. 1999년 12월 미래에셋증권을 설립해 금융그룹의 기틀을 다졌다. 2000년 `박현주 재단`을 설립하는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박 회장은 2002년 돌연 미국 하버드대학교 비즈니스스쿨로 유학을 떠나는 파격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재벌닷컴 분석에 따르면 그의 개인 재산은 지난해 10월 기준 2조4683억원으로 대한민국 부자 랭킹 6위에 올랐다.

작성일 : 2012-04-18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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